2014 TEDx HanyangU '6개의 HANDLE'을 마치고

지난 4월, 한양대학교의 이곳저곳에선 검은색 실루엣 위에 쓰인 강렬한 문구가 사람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바쁘게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그들에게 던진 질문은 바로 "I Say              , You Say               ." TEDxHanyangU는 사람들로 하여금 램프의 지니를 연상하게 했다. "네가 원하는 소원이 무엇이니? 네가 바라는 미래는 어떤 것이니?" 라고 묻는 TEDxHanyangU의 질문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다가도 잠시 멈춰 빈 칸을 채우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기에 충분했다.

 

   


그 이후로 약 두 달여 간, TEDxHanyangU는 어느 카페의 컵홀더에서, 기둥 위에 붙어 있는 포스터에서 사람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했다. TED 강연 중 가장 인상 깊은 구절을 인용한 스티커를 이용해 TED가 실현하고자 하는 비전을 알리기도 하고, 일상에 지쳐 있는 대학생들에게 '사랑해'라거나 '오늘도 수고했어'와 같은 응원메시지로 위로의 손길을 건네기도 했다. 수많은 정보가 물밀 듯이 쏟아지는 온라인 세상에서 잠시 벗어나, 일상 안에 녹아들어 오프라인의 소통을 시도했던 TEDxHanyangU의 노력은 차근차근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 빛의 시작은 '대학생 연사자 모집'이었다.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개척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자 6회 이벤트를 이끌어갈 주제를 'Handle'로 정하고, 이후 기획 회의에서 '무대에 설 수 있는 연사자의 자격'이 화두로 던져진 적이 있었다. '과연 전문직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이 연사자가 될 수 있는 것일까? 수많은 스펙과 화려한 경력을 자랑해야만 TED에서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는 것일까?' 하는 질문이 쏟아져 나왔다. 그러던 중, TEDxHanyangU는 '나만의 길을 개척하고 있는 젊은이들도 모집하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대학생 연사자를 모집하기 위한 홍보를 시작했다. 자신만의 철학을 가진 사람들이 대거 지원을 했고, 사흘 동안 이뤄진 면접으로 우리는 대학생 비트박서 박상돈 씨를 만날 수 있었다. 'Mouth Music: a next step in the music world'라는 주제로 강연을 준비한 그는 어깨를 들썩이게 만드는 비트박스 공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음악본질에 대한 고민에 도달하게했다. 입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악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그의 강연은 비트박스를 힙합 장르 중 하나로만 생각했던 우리들의 인식에 급커브를 가져온 신선한 것이었다.

 

   

 

   

 

그 밖에도 자신 스스로 미래의 동력원이 되어 핸들을 이끌어 나가는 연사자들이 TEDxHanyangU 6회 이벤트를 가득 채워줬다. 통화 목소리로 만드는 아카펠라, 만화 속 캐릭터들의 유쾌한 대학 생활, 한바탕 즐거운 콘서트 무대로 변신한 고등학교의 교실까지. 새로운 영상이 올라올 때마다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는 Project SH의 디렉터 이신혁씨가 TEDxHanyangU 6회 이벤트의 문을 활짝 열어줬다. 평범한 일상 속에 감칠맛을 더해 줄 양념과 같은 존재, 이번 이벤트에서도 그 가치가 여과 없이 발휘되었다.

 

   


크리에이티브 컨설팅 그룹 Perception의 최소현 대표는 TEDxHanyangU의 이벤트가 열린 한양대학교의 ITBT 관의 강의실에 자리한 모든사람을 순식간에 디자이너로 만들어줬다. 공학도도, 예비 교사도, 작가지망생도 모두 가슴 속에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하나씩 품고 돌아갔을 것이다. 캔버스에 붓질하고 도화지 위에 스케치하는 사람만이 디자이너가 아니라, 관찰의 힘으로 가치를 발견해 주변과 공유하는 'Value Creating'이야 말로 진정한 디자인이라 믿는 그녀의 강연은 '나도 디자이너가 될 수 있구나'하는 생각의 전환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서울대학교 기계항공공학부의 김윤영 교수는 이러한 생각을 한 걸음 더 전진시켰다. 디자인은 '디자이너'만의 영역이 아니며, 더 나아가 디자인은 '사람'만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의 전진이다. 컴퓨터설계를 통한 예술, 곧 공학을 활용한 예술을 시도하는 '변분 미술(Variational Art)'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그는 생산자로서의 컴퓨터와 선택자로서의 사람이란 모델을 제시하며 예술계의 트렌드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


ELBON THE TABLE의 최현석 셰프는 'Crazy On Yourself'라는 강렬한 주제로 청중들과 만났다. 그의 요리는 한 마디로 '책에 나오지 않는 것'이다. 냉면 육수 맛이 나는 젤리, 감히 상상이라도 해 보았는가. 이렇듯 최현석 셰프는 자신이 직접 개발한 800여 가지의 창작 레시피로 과학을 접목한 요리인 '분자요리' 의 대표 주자가 됐다. 자신이 사랑하고 미쳐있는 길로 꿋꿋이 걸어간 결과, 그는 최고의 분자요리사로서 우리에게 한 번쯤은 나 자신에게 미쳐보라는 메시지를 던져주었다.


TEDxHanyangU의 6회 이벤트 'Handle'과 가장 직접적인 연관을 가진 직업을 가진 연사자 분도 있었다. 바로 카레이서 겸 감독인 로제타스톤 코리아 대표 조항우 감독이다.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은 그가 기록한 빠른 스피드가 아닌, 메시지다. 정확한 레이싱 기록은 자기 자신을 객관적이고도 냉정하게 반성할 수 있는 습관을 길러주며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 데 큰 힘이 되었다고 했다. 강연에 참석한 사람들도 인생의 시간을 잠시 멈춰서 나의 '인생 랩 타임'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TEDxHanyangU 6회 이벤트 'Handle'은 네 시간 동안 총 여섯 분의 연사를 모셔 이야기를 나눴다. 장대비가 쏟아지던 지난 6월 21일,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청중들은 연사자들의 아이디어를 소중히 담아 듣고자 강연장을 가득 메워줬다. 그리고 연사자들은 자신만의 핸들로 인생의 길을 찾아 나서기 위해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한 데 모인 그들에게 단비 같은 따뜻한 강연을 선물로 줬다. 긴박했던 진행으로 쉼 없이 달리던 오거나이저들도 청중들과 연사들이 뜨겁게 소통하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Ideas Worth Spreading. TED에게도 핸들이 있다면, TED의 핸들을 이끌어 나가는 동력원은 바로 'Ideas Worth Spreading'이라는 이 표어다. 6회 이벤트를 마친 지금, 나는 여러분에게 묻고 싶다.
"당신을 살게 하는 심장 속 동력원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엔진이 이끄는 당신의 핸들은 어느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가?" 라고 말이다.
 

   

 

 

작성자 정보

배정연 | TEDxHanyangU eXperience Catalyst
한양대학교 국어교육과
genovefajybae@gmail.com

* 이 글은 TEDxHanyangU 기획팀에서 보내온 글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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