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원전 해체 IAEA 공동 국제 워크숍

원전을 해체하는 것 역시 우리의 임무

 

모든 일에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아름답게 피어난 꽃도 언젠가 시들어 떨어지고, 봄철 푸르던 나뭇잎도 앙상한 나뭇가지로 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떨어진 꽃잎과 나뭇잎은 땅에 떨어져 거름이 되고,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준비한다. 그렇게 아름답게 퇴장하는 것. 대한민국 최초의 상업용 원자로 고리원전 1호기는 2017년, 가동정지를 앞두고 있다. 우릴 위해 힘차게 뛰어온 원전의 아름다운 퇴장을 위해서, 세계 각국의 전문가가 우리대학을 찾았다.

 

‘원전 해체’를 주제로 한 아시아 최초 워크숍

 

   

‘노후 원전 해체 준비 및 관리 IAEA(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국제원자력기구) 공동 국제 워크숍’이 지난 10일부터 12일, 우리대학 백남음악관과 백남학술정보관에서 열렸다. 공과대학 학장이자 원전해체안전연구센터 센터장인 김용수 교수(공과대 원자력)가 이번 워크숍 주최를 맡았다. 김 교수는 “지난 6월에 고리원전 1호기 가동정지 선언 이후로 원자력 계에는 해체에 관한 연구 임무가 떨어졌다”며 “원전 해체와 관련된 경험이 없는 우리나라로서 ‘해체를 주제로 한 이번 워크숍을 아시아 최초로 개최하는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번 워크숍에는 국내 원자력 관련 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함은 물론 미국, 벨기에, 일본 등에서 10여명의 해외 전문가가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워크숍임에도 원자력 계에서 꾸준히 활동을 해온 김 교수를 믿고 많은 전문가들이 참여한 것. 김 교수는 “새롭게, 또 처음으로 시작하는 워크숍이었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며 “하지만 IAEA의 적극적인 협조와 원자력 계 선후배들의 도움으로 워크숍을 성공적으로 개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리원전 1호기처럼 노후 된 원전은 가동중지 이후에도 약 3년에서 5년간 여러 가지 준비과정을 거쳐 완전한 해체에 이르게 된다. 이번 워크숍에서는 본격적인 해체 기술에 대한 논의보다는 이 준비과정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뤘다. 김 교수는 “이번 워크숍은 안전한 해체를 위해 산업체와 연구계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해체를 위해 어떤 인력과 기술을 키워나가야 하는 지에 대해 점검하고 토의하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원전해체안전연구센터 해체를 선도하다

 

우리대학은 지난 2013년, 국무총리실 산하 원자력안전위원회에서 발주한 ‘원전해체안전연구센터’를 유치했다. 5년간 80억원의 지원을 받으며 원전해체와 관련한 안전규제, 산학협력, 국제교류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원전을 안전하게 해체할 수 있는 구조적 장치나 관련 법규와 정책마련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 특징. 이를 위해 센터에는 원자력 관련 기술 전문가 외에도 행정학과 법학을 참여한 교수들이 참여했다.

 

김 교수는 “원전을 안전하게 해체하기 위해 제도적인 장치를 만드는 것이 센터의 목표”라며 “기술을 기반으로 법적, 행정적으로 타당하게 융합된 규제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정책을 마련하고 규제를 하기 위해서는 경험이 많고 실력 있는 사람, 창의적인 사람이 필요하다고 김 교수는 말한다. 우리보다 빨리 해체에 관심을 갖고 연구를 해 원전 해체에 성공한 국가들이 있지만 그 나라의 제도를 그대로 가져올 수는 없는 노릇. 김 교수는 “창의적으로 또 선도적으로 연구를 이끌어 우리나라에 맞는 제도를 확립하는 것이 우리대학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퇴장을 책임질 때

 

우리나라는 현재 총 24기의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1950년대부터 원자력발전 도입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한 결과 1978년, 고리원전 1호기를 건설하고, 고리 3, 4호기 건설사업 추진 시 95%이상의 기술 자립을 이뤄냈다. 지금까지 우리 손으로 원자력 발전소를 설계하고 건설하기 위해 지금까지 노력해 온 것. 김 교수는 이제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원전의 퇴장, 해체 기술로 나아갈 때라고 말한다. “예전에는 학계에서 원전 해체와 관련해서 이야기하면 역적으로 몰리기 일쑤였죠.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하고 지난 몇 년간 분위기가 급격하게 바뀌었습니다. 이제는 전주기적인 원자력 기술을 가져야 할 때 입니다. 라이프 사이클이 끝난 원자력 발전소를 안전하게 해체하는 것도 우리의 역할입니다. 원전의 아름다운 퇴역에 거부감을 가져선 안돼요.”

 

김 교수 본인은 원자력 지상주의자는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지금 세대의 대한민국은 원자력을 필요로 하고 있고, 원자력은 그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또한 원자력은 적어도 한 두 세기 정도는 인류의 에너지에 대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필요할 것이라고 말한다. 필요한 만큼 안전하고 깨끗하게 원자력 발전소를 건설하고 해체해야 한다는 것이 김 교수의 주장이다. “낡은 것이 사라지고 새로운 것이 만들어지는 것처럼 해체는 끝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새로운 라이프 사이클의 시작이고 원자력 발전은 계속될 것입니다.”

 

끝으로 김 교수는 원자력 계의 권위자이자 공과대학 학장으로서 우리대학 공학도들에게 조언을 남겼다. “공학도는 과학기술을 통해 사회를, 시대를 리드 할 수 있는 인재가 되어야 합니다. 따라가는 것이 아닌 앞선 시대를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죠. 과거 원전 해체가 학계에서 역적으로 몰렸지만 지금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분야가 된 것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나의 후배이자 학생들인 우리 한양인들이 시대를 앞서야 한다는 소명의식을 갖고 창의성과 배움에 대한 열정을 키워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박종관 기자 pjkko@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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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유미 기자 Lovelym2@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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