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하고 웅장하게 여름밤을 물들인 한양대의 야외 오페라
| 지난 6월 22일, 오전 내내 흐렸던 하늘이 결국 빗방울을 떨구기 시작했다. 이날은 한양대가 야심차게 준비한 야외 오페라 ‘토스카’ 공연이 열리는 날. 변덕스런 날씨에 마음을 졸인 것도 잠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즈음 하늘이 비를 멈추고 맑게 갠 얼굴을 드러냈다. 이날 오페라 ‘토스카’는 황홀하고 웅장하게 여름밤을 물들이며 야외 오페라의 백미를 선사했다. (글. 오인숙 / 사진. 하지권) |
대학가 유례없는 야외 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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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에서 유례없는 야외 오페라 토스카에 관객들이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 ||
먹구름이 물러간 하늘 아래 공연을 준비하는 스태프들의 움직임이 분주하다. 무대 위에서는 흥건하게 고인 빗물을 닦아내기 바쁘고, 노천극장 좌석에는 하나둘 의자가 배치되기 시작했다. 스태프들의 활발한 움직임 속에서 공연을 한다는 안도의 한숨과 기쁨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노천극장을 지나는 이들도 관심을 보이며 한마디씩 보탠다. 무대를 본 누군가는 “와~ 멋지다!” 하고 외쳤고, 친구와 함께 온 학생은 표를 구하지 못했는지 “어디서 보면 잘 보일까?” 의논 중이다. 그렇게 공연장 주변은 온통 기대와 설렘으로 들썩였다.
한바탕 쏟아진 비 덕분인지 야외무대는 선선한 바람으로 쾌적함을 더했고, 어둑한 사위에 여름밤의 낭만과 달뜬 분위기만 오롯이 빛났다. 7시부터 입장한 관객이 하나둘 자리를 잡고 앉는 사이 어느새 8시 정각, 웅장한 오케스트라 선율과 함께 오페라 ‘토스카’의 막이 올랐다.
세계 최고의 성악가들로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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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적인 성악가들이 열연한 오페라 토스카의 한 장면. | ||
올해는 한양대학교가 개교 77주년을 맞은 뜻깊은 해다. 음악대학에서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토스카 야외 공연을 기획, 제작했다.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는 ‘라 보엠’, ‘나비부인’과 함께 그의 3대 오페라로 꼽히는 명작이다. 1800년 이탈리아 로마를 배경으로 오페라 가수 토스카와 그의 연인인 화가 카바라도시, 토스카를 차지하려는 악질 경감 스카르피아 사이에서 벌어지는 사랑과 욕망, 음모와 암투 등을 담아낸 작품이다.
지난 6월 21과 22일 한양대 노천극장에서 열린 이 공연은 국내 대학에서는 유례를 찾기 힘든 ‘야외 오페라’로 진행해 큰 기대를 모았다. 이를 반영하듯 2,500여 전석이 공연 한 달 전에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 특히 이날 공연은 국내 무대에서 쉽게 보기 힘든 최상의 캐스팅이 단연 눈길을 끌었다. 전날인 21일에는 한양대학교 재학생들이 출연해 공연을 펼쳐 큰 박수를 받았는데, 이날은 세계적 성악가인 박정원(소프라노)·김우경(테너)·고성현(바리톤) 교수등의 화려한 캐스팅이 관객의 기대감을 한층 고조시켰다.
미국과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 캐나다 등지에서 활동하며 실력을 인정받은 세계적인 성악가 소프라노 박정원 교수가 타이틀 롤 ‘토스카’를 맡았고, 한국인 최초로 플라시도 도밍고 국제콩쿠르 1위에 입상하고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등에서 주역 가수로 활동한 테너 김우경 교수가 ‘카바로도시’로 열연했다. 또 유럽, 미국, 러시아 등 세계 유명 극장에서 수많은 오페라의 주역으로 출연하며 세계적인 성악가로 활약하고 있는 바리톤 고성현 교수가 ‘스카르피아’로 무대를 빛냈다.
이날 노천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최고의 성악가들의 노래를 들으며 극장 공연과는 또 다른 야외 오페라의 분위기에 흠뻑 젖어 한여름 밤의 낭만을 만끽했다.
대규모 공연으로 관객 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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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적인 성악가들이 열연한 오페라 토스카의 한 장면. | ||
오페라 토스카는 음악대학장 유전식 교수가 총 감독을, 정록기 교수가 예술 감독을 맡았다. 또 이범로 교수와 최희준 교수가 각각 연출과 지휘를 담당했다.
유전식 음악대학장은 “야외무대는 배우와 관객이 하나 되는 관객 친화적 무대로, 이번 공연을 통해 관객들은 야외 오페라의 새로운 감동을 느끼게 될 것”이라며 “이 공연을 통해 한양인들의 애교심이 높아지고, 더 많은 이들이 에너지를 받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 고성현 교수는 “토스카는 가장 아름다운 오페라 중 하나”라며 “이번 공연은 한양대만의 축제가 아닌 대한민국 음악계의 큰 축제”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 오페라에는 한양대 음악대학 합창단, 한양초등학교 어린이 합창단, 대학 연합 합창단 등 약 160명, 한양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80명 등 모두 250여 명이 넘는 출연진이 함께했다. 무대 세트에만 1억 원이 소요됐고, 오케스트라 피트 및 부대 세트를 세우는 데 8,000만 원 이상을 투자하는 등 매머드급 공연으로 관객을 압도했다.
황홀하고 행복했던 여름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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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적인 성악가들이 열연한 오페라 토스카의 한 장면. | ||
오페라 토스카는 관객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와 커튼콜로 뜨겁게 막을 내렸다. 여기저기서 열렬한 환호와 함께 ‘브라보!’를 외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날 공연장을 찾은 관람객 박경서 씨는 “야외무대라 그런지 분위기가 자연스러워서 더욱 좋았다”며 “야외 시설이나 장비 등이 많이 필요했을 텐데 한양대라 이 정도 규모의 수준급 공연이 가능했을 것”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동행자인 김윤선 씨는 “워낙 유명한 교수님들이 나오셔서 공연 전부터 기대가 컸다”며 “예전에 유럽에 갔을 때 야외극장으로 유명한 이탈리아 베로나극장에서 토스카를 본 적이 있는데 그때 공연만큼 좋았다”며 만족해했다.
배우들의 무대 인사가 모두 끝나자 밤하늘 위로 수만 개의 불꽃이 쏘아 올려졌다. 마치 이날의 웅장하고 화려했던 공연을 되새김질하듯이 수천수만 개의 불꽃이 어두운 하늘을 아름답게 수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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