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과학 풀어내는 신인철 교수(생명과학과)
| 어린 시절엔 <꺼벙이>와 <철인 캉타우>를 좋아했다. <머털도사>를 그린 이두호 화백과 <맹꽁이 서당>으로 유명한 윤승운 화백은 신인철 교수(생명과학과)의 영웅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취미로 만화를 그렸던 그는 과학자가 된 지금도 만화를 그린다. 대학원생 때부터 만화를 연재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일반생물학을 쉽게 익힐 수 있는 <생물학 신(新) 완전정복>을 출간했다. 만화에 대한 애정을 꺾지 않고 이어온 신 교수를 만나봤다. |
무겁지 않게 만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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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인철 교수(생명과학과)와 지난 6월 22일 신인 철 교수의 연구실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신인 철 교수는 최근 '카툰 콜리지'의 두번째 시리즈 <생 물학 신 완전정복>을 출간했다. | ||
신 교수가 이번에 출간한 <생물학 신 완전정복>은 작년 3월에 출간한 <카툰 콜리지 분자세포생물학>에 이은 <카툰 콜리지> 두 번째 시리즈다. <카툰 콜리지>는 만화 위주의 대학교재다. “제가 원래 만화를 많이 좋아합니다. 그래서 수업에 만화를 활용하곤 했죠. 학생들이 ‘만화로 설명하면 이해가 쉽다’ 그러더군요. 이를 책으로 만들어 학생들이 과목의 전반적인 흐름을 파악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대학교재를 만화로 구성한 것은 <카툰 콜리지>가 세계 최초다. “첫 번째 책은 전공과목 교재로 쓰고 있어요. 두 번째 책은 생화학에 관해서 쓰려고 했는데 동료 교수님께서 교양과목 교재 제작을 제안하셔서 생물학 신 완전정복부터 만들었죠. 교양과목 수준으로 중고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생물학 신 완전정복>에는 ‘세포분열’과 같은 기본 개념부터 ‘신종플루’, ‘사스(SARS)’, ‘메르스(MERS)’와 같이 최근 화두인 주제들까지 수록돼 생물학을 아예 몰랐던 사람도 흥미롭게 읽어나갈 수 있다.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모든 내용이 신 교수가 직접 그린 만화로 돼있다는 점이다. “그림을 전문적으로 배운 게 아니라서 미숙하다는 의견도 있어요. 하지만 개성 있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꼭 직접 그리려고 하고 있죠.”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는 것 보다 직접 그리는 것이 효과적이라 생각하는 신 교수. “사랑하는 사람에게 얘기할 때 통역사가 있으면 전달력이 떨어지잖아요. 그림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하고 싶은 얘기를 직접 하는 것엔 엄청난 이점이 있죠.” 말이 다른 사람의 언어로 번역되면 의미가 퇴색하듯, 만화도 그러하다고 믿는 신 교수는 직접 만화를 그리기 위해서 1인 출판사를 통해 책을 출간했다. “1인 출판사를 통하다 보니 금전적인 제약은 있어요. 그래도 제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어 만족하고 있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사랑한 만화
사실 신 교수가 만화를 그린 것은 카툰 콜리지가 처음이 아니다. “어릴 적부터 만화를 좋아해서 ‘꺼벙이’나 ‘철인 캉타우’ 등을 보고 따라 그리기도 하고 내용을 직접 구상해서 그리기도 했어요.” 직접 그린 만화를 친구들과 함께 보곤 했다. 그러나 우선은 과학자가 된 신 교수. 카이스트 1회 졸업생으로서 카이스트 석박사 학위까지 받았을 만큼 과학에 조예가 깊던 학생이었다. “만화를 좋아했지만 직업까지는 엄두를 못 냈어요. 대신 주변 사물에 대한 관찰을 좋아하던 습성 덕에 과학자가 된 듯해요.”
그런 그가 좋아하는 만화를 본격적으로 내보인 것은 대학원 시절부터다. “교수님 권유로 ‘분자생물학뉴스’라는 학회 뉴스레터에 <대학원생 블루스>를 연재하기 시작했어요. 대중들한테 잘 알려지지 않은 대학원생들의 애환과 소소한 유머들을 담았죠.” 대학원생이었기에 더 선명하게 그릴 수 있었던 대학원생들의 이야기. 블루스라는 제목은 과학자들의 삶이 알려진 것처럼 마냥 밝지만은 않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대학원생 블루스>를 연재할 당시에는 과학자에 대한 환상이 많이 퍼져있었어요. 대학원에 와서 환상이 깨진 사람이 많습니다. 진짜 하고 싶은 사람이 사정을 알고 왔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죠.” 언론 등에서 보여주지 못한 이면을 담고 싶은 바램이 담긴 제목인 셈이다. 블루스 시리즈는 <대학원생 블루스>를 4년간 연재한 이후 웹진으로 옮겨 <포닭 블루스>, <조교수 블루스>로 계속 연재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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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인철 교수는 '카툰 콜리지' 외에도 과학도들의 애환을 담은 '조교수 블루스'를 연재 중이다. 사진은 '조교수 블루스'의 한 장면 (출처 : 신인철 교수) | ||
더 나아가려는 자세
신 교수는 현재 카툰 콜리지의 다음 시리즈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는 생화학에 관해 그릴 계획이다. 완벽한 만화를 위해 여러가지 것들을 배우고 있다. “그림체를 지적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조금씩 배우고 있어요. 다음 작품이 생화학과 관련되다 보니까 분자 구조를 그리려고 컴퓨터 프로그램도 배우고 있어요.” 해외 시장 진출 계획도 있다. 신 교수는 “미국이나 일본 시장에서 출판 논의가 있다”며 “아직 번역 문제도 있어 진행이 더디지만 잘 진행돼서 하나의 컨텐츠로 발전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만화를 그리는 교수로서, 학생들도 남들이 안 하고 있는 새로운 영역을 찾아갈 수 있기를 권한다. “기존의 것을 따라하는 것만으론 큰 의미를 만들기 어려워요. 교수가 만화를 그리듯, 젊은 학생들도 새로운 필드를 개척해나갔으면 좋겠어요.” 기존의 틀에 갇혀서는 그 틀 안의 것만 재생산할 수 밖에 없다. 신 교수의 만화는 어려운 생물학을 설명하는 동시에, 우리에게 어려운 삶을 풀어나가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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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인철 교수는 "기존의 것을 따라하는 것만으론 큰 의미를 만들기 어렵다"며 남들이 하지 않은 것을 해보기를 권한다. | ||
글/ 이상호 기자 ta4tsg@hanyang.ac.kr
사진/ 최민주 기자 lovelymin12@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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