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 정효은씨(작전여고)의 '개와 늑대의 시간' 수상

한양대 ERICA학술정보관은 11월 2일부터 11월 27일까지 약 한 달간 내면의 시인을 깨울 수 있는 시 창작 대회인 '제22회 시문학축제'를 개최하며, 11월 27일 수상작을 발표한 바 있다. 대회는 '시이어짓기'와 '자유형식'으로 총 두가지 부문으로 구성됐다.

참가작은 모두 시인 황동규 님의 작품 '시월'의 첫 2행인 '내 사랑하리 시월의 강물을 석양이 짙어가는 푸른 모래톱'을 시의 도입부로 작성해야 한다.

장원으로는 정효은씨(작전여고)의 '개와 늑대의 시간'이 선정됐다.

'개와 늑대의 시간'이란 본디 빛과 어둠이 뒤섞여 낮도 밤도 아닌, 이 모호한 경계의 시간을 말한다. 언덕 너머 실루엣으로 다가오는 짐승이 내가 기르는 개인지, 나를 해치러 오는 늑대인지 분간할 수 없다는 뜻이 담겨 있다.

▲장원 '개와 늑대의 시간' ⓒ한양대 ERICA학술정보관
▲장원 '개와 늑대의 시간' ⓒ한양대 ERICA학술정보관

 

시월의 석양이 부드럽게 무너진다
물비늘 위로 흩어지는 우리의 이름 석 자가

이름 모를 짐승처럼 모래톱 주위를 배회하고

이내 푸른 강물 속으로 퍼진다

시에서는 이와 같은 시월의 황혼의 모습을 담담한 문체로 묘사하며, 그리운 이의 모습을 떠올려보는 상황의 감정을 더욱 극대화 시켰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을 통해 우리내 삶을 풀어낸 부분이 인상적이다. 

차상으로는 조현진씨(한양여대)의 '시월'과 황다연씨(한양대)의 '추억'이 선정됐다.

'시월'은 사랑하는 이와 함께했던 시월의 순간을 감각적으로 풀어냈다. 작품 속 시간은 차가운 겨울이지만, 화자는 여전히 사랑하는 이와 함께했던 시월을 추억하고 있다. 담담한 문체로 그리움을 표현하며 독자의 가슴을 울렸다.

▲차상 '시월' ⓒ한양대학교 ERICA학술정보관
▲차상 '시월' ⓒ한양대학교 ERICA학술정보관

작품은 청각, 시각, 촉각의 감각적 이미지를 통해 시상을 구체화하여 더욱 감정을 극대화했다. '나는 아직도, 너의 시월을 사랑하고 있다'라는 구절로 마무리지으며 화자의 절절한 마음을 엿볼 수 있다.

'추억'은 주제와 같은 '추억'을 선명하기에 한발 내딛으면 한 발 물러서는 시월의 강물과 석양의 풍경과 같이 묘사하고 있다. 풍경을 감각적으로 묘사하며 독자에게도 그 시절의 추억을 뇌리에 새겼다.

▲차상 '추억' ⓒ한양대학교 ERICA학술정보관
▲차상 '추억' ⓒ한양대학교 ERICA학술정보관

특히 시 후반부에는 '추억'을 움켜쥐었다 생각하면 어느새 연기처럼 사라져 있는 '아지랑이'로 표현하며, 지나간 세월에 대한 아쉬움과 지나갔기에 추억이 더욱 아름답다는 것을 인정하는 화자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차하에는 박하늘씨(한양대)의 '늦은 다짐', 유재현씨(한양대)의 '상강'과 임동현씨(삼각산고)의 '강의 경계를 거닐다'가 선정됐다.

'늦은 다짐'은 순간적인 것을 두 번 다시 마음에 담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는 화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화자는 시월의 강물과 푸른 모래, 물결은 아름답게 다시 올것이라 확신하며, 지금은 이별을 고하지만 다시 돌아올 것들에 대해 마음을 담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차하 '늦은 다짐'  ⓒ한양대학교 ERICA학술정보관
▲차하 '늦은 다짐'  ⓒ한양대학교 ERICA학술정보관

'상강(霜降)'은 24절기 중 하나이며, 거리의 풍경이 완연하게 가을로 접어든 시기이다. 화자는 촉각과 시각을 활용하여 가을의 '상강'을 생생하게 그려냈다. 

▲차하 '상강' ⓒ한양대학교 ERICA학술정보관
▲차하 '상강' ⓒ한양대학교 ERICA학술정보관

'강의 경계를 거닐다'는 강가에 시선을 고정하고, 여기서 펼쳐지는 가을 강가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낙엽이 떨어지고, 빈가지로 무성한 나무를 보며 쓸쓸함이 느껴지는 것을 묘사하며, 어느덧 완연한 가을의 감성을 표현해냈다.

▲차하 '강의 경계를 거닐다' ⓒ한양대학교 ERICA학술정보관
▲차하 '강의 경계를 거닐다' ⓒ한양대학교 ERICA학술정보관

한편, ERICA학술정보관은 이번 대회를 통해 코로나19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도 지치지 않고, 시문학축제에 도전한 이들의 꿈과 열정을 응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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