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30일 자 「 버려진 것의 부활, 슈피텔라우의 순환적 미래」 기사
베세연 실내건축디자인학과 교수는 7월 30일 자 <한국경제>에 칼럼 ‘버려진 것의 부활, 슈피텔라우의 순환적 미래’를 기고했다.
배 교수는 슈피텔라우(Spittelau) 쓰레기 소각장을 소개하며 칼럼을 시작했다. 1971년 처음 가동 당시 슈피텔라우 쓰레기 소각장은 여느 쓰레기 소각장처럼 콘크리트 덩어리였다. 1987년 슈피텔라우 쓰레기 소각장이 화재로 작동을 멈추게 되었고, 비엔나시는 철거 대신 재가동을 선택하며, 새로운 디자인을 훈데르트바서(Friedensreich Hundertwasser)에게 맡겼다. 이후 화재 이후 모습을 드러낸 새 소각장은 더 이상 산업 시설이 아닌 하나의 예술 작품이 되었다.
훈데르트바서는 오스트리아의 건축가이자 화가, 환경 운동가이다. 그는 인간을 자연에 잠시 들린 손님이라고 생각했다. 배 교수는 “그는 기능주의와 실용주의에 바탕을 둔 현대건축을 비판했고, 자연에 대한 존중, 자연과의 조화에서 그의 작품세계를 펼쳐나갔다”며 “직선은 부도덕하며 인간성 상실로 이어진다는 주장하에 기존 건축 방식에 반감을 표했고, 곡선과 나선의 활용을 통해 작품에 생명을 불어넣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건축 철학은 훈데르트바서 하우스, 쿤스트 하우스 빈 등 그가 설계한 모든 건물에 일관되게 구현되어 있다.
슈피텔라우 소각장의 외벽은 색색 모자이크 타일과 재활용 유리 조각들이 형성한 패턴으로 인해 출렁이는 듯이 보인다. 그리고 그 사이마다 각기 다른 디자인의 창들이 위치해 경쾌한 인상을 부각시킨다. 배 교수는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음악이 들리는 듯한 신기한 경관 경험”이라며 “또한 발코니와 옥상 곳곳에 자리한 식물들은 이 화려한 건물을 부드럽게 감싸며 계절마다 다른 표정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그는 “멀리에서도 이 소각장이 눈에 띄게 하는 굴뚝에는 금색의 돔이 그 끝에 자리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건물이 가진 테마파크 같은 인상은 극대화된다”고 말했다.
화려한 굴뚝은 단순 랜드마크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폐기물이 소각되며 생기는 유해 물질을 특수 필터로 걸러 수증기로 내보내기 위한 장치다. 배 교수는 “이처럼 기능적으로 중요한 곳을 가장 화려한 모습으로 부각시켜며 소각장이 도시의 혐오시설이 아닌,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기반 시설임을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소각장은 주민 반대로 그 자리를 찾기 힘들다. 슈피텔라우는 이색적인 외관과 투명한 운영으로 그 장벽을 넘었다. 배 교수는 “사람들은 들뜬 모습으로 이곳을 배경 삼아 사진을 찍고, 관광객들은 환경적 교훈을 얻기 위함이 아닌 단지 이 건물 자체를 보기 위해 찾아온다”며 “이 소각장은 또한 소각 과정에서 발생하는 열을 이용해 인근 6만 가구에 난방을 공급해 지역사회의 필수 기반 시설로 자리 잡았고, 이는 예술, 기술, 생태적 고민이 한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연결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슈피텔라우는 더 이상 쓰레기의 종착지가 아니라 버려진 것이 에너지로, 혐오 시설이 도시의 풍경으로, 그리고 직선적인 소비 사회가 순환적 미래로 전환되는 출발점이 됐다”며 “쓰레기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음을, 이 자연의 언어로 가득한 소각장이 매일같이 증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양위키' 키워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