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7일 자 「혼란스럽지만 스며든다…시간이 멈춘 런던의 보물창고」 칼럼
배세연 실내건축디자인학과 교수는 2월 27일 자 <한국경제>에 칼럼 '혼란스럽지만 스며든다…시간이 멈춘 런던의 보물창고'를 기고했다.
배 교수는 "영국 런던을 처음 방문했을 당시 가장 먼저 가야 한다고 안내바은 곳이 '존 손 경 박물관(Sir John Soane's Museum)'이었다"며 "집 자체가 하나의 박물관이 된 이곳은 영국의 신고전주의 건축가인 존 손 경이 살았던 집이자 박물관, 작업실이 공존하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존 손 경은 상당수 고대 조각, 도자기, 건축 조각 및 모형, 가구, 그림 등의 컬렉션을 구축해 자신의 집을 이들의 박물관으로 만들었다"며 "1873년 그가 사망할 때 이곳을 국가에 넘겨주며 '앞으로 최대한 그 당시와 가깝게 유지할 것', 그리고 '대중에게 무료로 개방할 것'을 요구했다. 이 덕분에 약 190년 전 상황 그대로 박제된 이 공간을 오늘날 우리가 경험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어쩐지 외부로 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 박물관의 전 층을 관통하는 한 공간을 마주하고 숨을 죽였다"며 "이곳은 그 어지러운 박물관에서 가장 중심이라 할 수 있는 '돔 공간'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한 번에 들어가는 인원을 제한할 정도로 좁은 박물관이어서인지 천창을 활용한 이 공간은 극적인 분위기를 불러일으킨다"고 감상을 밝혔다.
그러면서 "또 하나의 중요한 방은 '픽처 룸'"이라며 "호가스, 터너, 카날레토의 작품을 비롯해 다양한 그림이 빈틈없이 벽을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배 교수는 "2023년에는 '드로잉 오피스'라 불리는 존 손 경의 작업공간이 긴 시간 복원 끝에 공개됐다"며 "존 손 경이 사용하던 당시와 동일한 구성의 공간을 그가 끄던 건축 모형과 수많은 건축 조각이 가득 메우고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배 교수는 "존 손 경 박물관은 일반적인 박물관의 분류체계를 따르지 않는다"며 "소장품은 일반적인 박물관과 달리 명백한 분류 기준 없이 서로 섞인 채 자리하고 있으며, 걸으면 걸을수록 미로를 향하는 기분이 든다"고 했다. 이어 10여 년 만에 이곳을 다시 찾았을 때도 길을 잃은 것 같은 기분은 달라지지 않았다"며 "하지만 존 손 경의 생활공간을 구성하던 가구들, 공간의 디테일들, 그리고 그 집 자체에 조금 더 이입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존 손 경의 공간 안에서 앞으로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 존재할 무언가가 있다는 확신 때문일까, 어쩐지 안도감이 찾아왔다"고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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