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술이전수익, 한양대 1위

 

   

 

'머릿속에 있는 기술을 판다.' 연구라는 대학 본연의 목적을 살리면서 대학이 돈을 버는 방법 중 하나다. 지난해 우리대학은 국내 대학 중 머리 속에 있는 것을 가장 많이 팔았다. 지난 10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한해 공공기관과 대학의 기술이전 수익을 조사해 발표한 '2012년 공공연구기관 기술이전 조사결과'에서 기술이전 수입 1위를 차지한 것. 대학에서 수없이 이루어지는 연구가 수익이 된 셈이다.

 

기술이전 수입, 한양대 1위

 

   

2012년 우리대학의 기술이전수익 총액은 48억 원으로 2위인 연세대(37억 원)를 큰 차이로 눌렀다. 우리대학의 2011년 기술이전수익이 22억 4000만 원인 것을 감안하면 큰 폭으로 증가했다. 기술이전 횟수도 증가했다. 작년 36건에 비해 올해에는 총 52건의 기술이전 계약이 이뤄졌다. 특히 2008년 이후 기술이전 누적수익은 총 181억 원으로 국내대학 중 1위를 차지했다.

 

기술이전이란 대학에서 연구한 기술을 기업에게 파는 것을 의미한다. 대학에서는 매년 수많은 논문이 발표된다. 연구결과 중 사업성이 있는 기술을 특허 등의 대학의 지적재산으로 만들게 된다. 대학에서 지적재산으로 기술을 만들면 기업에서는 대학으로부터 특허를 사게 된다. 이때 기업으로부터 대학에게 돈을 지급한다. 그리고 기업에서는 이 초기기술을 상용화 하기 위한 연구를 시작한다. 특허를 구매할 때 초기자금 뿐만 아니라 지급 후 기술이 상용화 될 경우 추가로 경상로열티 (Running royalty; 이용한 정도에 따라 실시료를 정하는 방식으로 실시권자에겐 유리하지만 허락자에겐 불리하므로 비독점적 권리를 허락할 때 사용)를 대학에게 지급하게 된다. 우리대학은 2012년 초기 기술이전 수익 총액에서 1위를 차지했다.

 

기술이전 계약의 경우 기술이 적용되는 분야와 사업군의 환경에 따라 다양한 전략을 취할 수 있다. 먼저 기술을 한 기업에게 독점적 권한을 주는 대신 비싸게 팔거나, 한 기업에게 돈을 적게 받더라도 많은 기업에게 팔 수도 있다. 우리대학은 독점적 기업이 시장을 이끌고 있을 경우 독점 계약으로, 독점적인 기업이 없고 다양한 기업이 시장에서 경쟁할 경우에는 후자의 방법을 선호한다. 기술에 따른 수익의 '파급력' 때문이다.

 

시장을 독점하는 기업에서 새로운 기술이 상용화되면 그에 따른 수익이 극대화된다. 그에 따라 새로운 기술로 발생하는 수익의 일부를 경상로열티로 받는 대학에서도 더 많은 이익을 기업으로부터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독점기업이 없고 시장점유율이 비슷한 경우에는 한 기업에서 새로운 기술로 인한 수익이 발생하더라도 독점기업 수익보다 작을 수밖에 없다. 다양한 기업에게 파는 편이 더 이득이 될 수 있는 이유다. 금액도 고정액으로 받는 방법도 있고 기술수입의 일부를 할당해서 받는 방법도 있다.

 

   


어떻게 기술이전 1위가 됐나

 

우리대학이 다른 대학보다 많은 수익을 발생시킨 가장 큰 이유는 '대형기술이전'의 증가를 꼽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한 해의 기술이전수익은 그 해 발표된 연구의 '질'에 따라 결정된다. 기업에서 구미가 당기는 기술은 당연히 기업에서 높은 가격을 제시하기 때문. 우리대학은 2012년까지 누적수익 1위를 기록했다. 그만큼 구미가 당긴 기술들이 많았다는 방증이다. 많은 기술을 파는 것보다 좋은 기술을 비싼 값에 파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우리대학에서 개발한 대형 기술 두 종류는 총 25억 원의 계약금을 받았다. 기술이전수익에서 대형기술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이야기다.

 

대학의 노력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다. 우리대학은 기술이전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먼저 우리대학은 기술이전수익을 증가시키기 위해 많은 전문인력을 운용하고 있다. 변호사와 변리사 외에도 기술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는 '기술가치평가사'와 기술을 비싼 값에 거래하는 업무를 맡는 '기술거래사' 등 총 8명의 인력이 우리대학의 기술특허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다른 대학이 변호사와 변리사만 고용하는 점과 비교해 특이할 만한 사항이다.

 

이렇게 전문 인력단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기술개발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특별한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발명자인터뷰 제도'는 우리대학에서 최초로 실시한 제도다. 이는 전문인력단과 연구자(교수)가 만나 연구결과에 대해 인터뷰를 하는 제도다. 연구자가 기술에 대해 발표를 하고 전문 인력단이 발표를 듣는다. 다음 연구자와의 토의를 통해 기술의 시장성을 측정하고 연구결과 중 핵심을 뽑아낸다. 연구결과의 핵심요소들을 특허로 출원해 우리대학이 기술에 대해 독점적인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한다.

 

   


기술의 선택과 집중도 중요한 요소다. 대형기술이 기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막대하기 때문. 우리대학에서는 기술을 4단계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원천, 표준기술 등의 최우수등급의 기술의 경우 다른 기술보다 먼저 해외권리확보에 주력하고 있으며, 전문변리사단 지원 및 전문가 TFT팀 지원 등을 제공한다. 모든 기술에 대한 지원은 지양하고 수익성이 있는 기술에 집중시킨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대형기술의 사업성을 극대화한다는 것. 실제로도 1억 원 이상의 계약금을 받는 대형기술의 숫자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9년 1억 원 이상의 기술이 1건, 10억 원 이상의 기술이 1건 이었던 것에 비해 2012년에는 1억 원 이상의 기술이 7건, 10억 원 이상의 기술이 2건이나 발표됐다.

 

장기술 팀장(산학협력단·산학협력팀)은 "기술특허를 위한 소프트웨어적인 지원이 다른 대학에 비해 우수한 편"이라며 "개발된 기술을 다른 곳에서 특허를 무료화하거나 뺏을 수 없도록 강력한 특허를 만들고 있으며 기술의 가치 역시 제대로 매겨 기업에게 팔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에게 기술을 홍보하는 능력도 우리대학이 가지고 있는 장점 중 하나다. 우리대학은 사업군으로 관련기술들을 묶어 포트폴리오로 만들어 기업이 관련 기술 전체를 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기업입장에서는 관련 기술들을 따로 사야 하는 불편함을 덜 수 있다. 또한, 글로벌 기술이전의 증가 역시 이유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현재 우리대학은 미국과 일본, 유럽 등 다양한 기업에게 기술이전을 해주고 있다. 이를 통해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의 많은 고객에게 비싼 값으로 기술을 팔 수 있다.

 

활발한 기술 홍보활동 역시 이뤄지고 있다. 기술이전계약의 경우 대게 기업에서 먼저 찾아와 계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알려지지 않은 가치 있는 기술을 알리는 작업 역시 중요하다. 우리대학에서는 다양한 기업에게 기술을 홍보해 수익을 극대화 하도록 노력한다. 덧붙여 장 팀장은 "우리대학의 실용학풍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 본다"며 "사회와 산업에서 원하는 연구를 한다는 실용학풍을 통해 실제 기업에서 쓸 수 있는 기술을 만들었던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스타기술'이 수익을 낸다

 

기술이전 누적 총액 1위에 오르기까지 우리대학에서는 큰 수익을 낸 스타기술이 많았다. 특히 '미세 다공성 고분자 기체 분리막 기술'은 2009년 당시 150만 달러의 선급기술료와 경상로열티를 포함 수익이 300억 원에 달하는 거대기술이다. 이 기술은 고분자를 열처리하여 생기는 분자재배열을 통해 피코 수준(10의 -12승, 일반적으로 말하는 나노 수준은 10 -9승)의 크기의 기공을 가진 고분자 기체 분리막을 만드는 것이다. 이 기체 분리막을 통해 기존 분리막에 비해 500배 이상의 투과도를 자랑한다. 이 분리막은 다양한 곳에 응용 가능하다. 예를 들어 공장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온실가스를 분리하는 곳에 응용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해수담수화용 분리막, 혈액 분리용 분리막 등 다양한 곳에 쓰이게 된다.

 

이차전지용 양극소재 역시 또 다른 스타기술이다. 휴대전화에 쓰이는 리튬 2차 전지가 쓰이게 된다. 리튬전지는 가볍고 용량이 크며 재충전 사용이 가능한 고성능의 전지다. 일반적으로 일반전지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3V에서 3.6V의 전압이 사용된다. 하지만 기존에는 종종 폭발이나 방전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우리대학에서 개발한 기술은 전지용량 증가뿐만 아니라 폭발방지 등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이외에도 디스플레이 휘도(밝기)를 개선할 수 있는 소재 기술을 비롯한 다양한 기술들이 우리대학의 수익을 증대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대학의 선순환 구조, 기술이전이 만든다


 

결국 기술이전은 대학과 기업의 선순환구조를 만든다. 기업은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수익을 얻고, 대학은 기술이전수익의 경우 추가로 경상로열티를 받기 때문에 수입 증가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 지난해 계약한 디스플레이 소재 기술의 경우 경상로열티까지 최고 90억 원의 계약을 체결했다. 앞으로 상용화하는 기술이 많아질수록 우리대학의 수익은 더 증가할 예정이다.

 

또한 기업에서는 기술만 사간다고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대학에서 개발한 초기원천기술을 상용화하는 기술로 다시 연구해야 한다. 이때 초기 연구한 개발자와 공동으로 연구를 진행하여야만 한다. 그 동안 연구했던 노하우를 얻어야만 하기 때문. 많은 기술들이 이 과정에서 사장되기도 한다. 기업에서는 비싼 돈 주고 사온 기술이 사장되기 않게 하기 위해서 초기 개발자 즉 교수에게 투자를 할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기업에서 대학으로 투자하는 돈도 증가하게 된다. 투자되는 돈이 많아지면 우수한 여건의 연구 환경이 조성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우수한 연구여건이 조성되면 연구하는 대학원생이 수입이 증가하거나 좋은 여건에서 공부 할 수 있게 된다. 좋은 여건에서 공부하는 학생은 다시 우수한 인재로 검증 받아 기업에 들어가게 된다. 대학과 기업 교수와 학생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 지는 것이다.

 

장 팀장은 "대학의 수입증가와 교육여건 향상 등 기술이전이 활성화 됐을 때의 장점은 무궁무진하다"며 "앞으로 상용화되는 기술이 점점 증가할수록 우리대학의 수익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덧붙여 "앞으로는 대형기술개발과 세계시장 개척에 더 많은 힘을 쏟을 것"이라 말했다.

 


손경원 학생기자 son7629@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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