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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공학과 류근 교수

최근 버진갤럭틱과 블루오리진이 상업 우주여행에 성공하며 우주관광의 시대가 활짝 열렸다. 어린 시절 상상으로만 꿈꿨던 우주를 여행하며 미지의 세계를 탐험할 날이 머지않았다. 과연 우주개발 연구와 기술력은 어디까지 진보한 것일까. 독자적인 우주발사체 핵심부품 개발 연구에 힘을 쏟고 있는 ERICA캠퍼스 기계공학과 류근 교수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글. 오인숙 | 사진. 이현구

■ 재사용으로 수렴되는 우주발사체 연구

우주발사체(Launch vehicles)는 인공위성이나 사람, 화물 등을 지구 대기권 밖 우주 공간으로 이동하는 데 사용하는 로켓이다. 우리가 흔히 우주선이라고 말할 때 떠올리는 외형이 바로 우주발사체다.

최근 우주발사체 개발과 관련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은 적층제조 기술과 메탄 로켓엔진 기술, 발사체 재사용 기술이다. 흔히 3D 프린팅이라고 불리는 적층제조 기술은 기존에 구현이 불가능했거나 제작이 어려웠던 복잡한 형상의 발사체 부품 제작과 엔진 경량화, 구조 단순화, 성능 향상, 개발 및 제작에 투입되는 시간과 비용 절감을 가능하게 한다. 아울러 우주발사체 시장에서 민간기업의 참여가 확대됨에 따라 발사 전반에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로켓엔진 운용의 경제성과 신뢰성에 중점을 둔 재사용 우주발사체(Reusable launch vehicles) 관련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특히 재사용성과 연료 수급성이 우수한 메탄 로켓엔진에 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메탄 로켓엔진은 기존 케로신(등유) 로켓엔진과 달리 오염 물질을 생성하지 않고, 연소 생성물에 독성이 없어 친환경적이기 때문에 재사용성이 매우 뛰어납니다.”

류근 교수는 행성 탐사 시 해당 행성에서 자체적으로 수급할 수 있어 효용적인 측면에서도 메탄 로켓엔진이 매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우주 선진국의 경우 이미 메탄 로켓엔진을 사용한 발사체를 개발하며 원천기술 확보에 힘 쏟고 있다.

▲ 기계공학과 류근 교수
▲ 기계공학과 류근 교수

■ 액체로켓엔진 회전체와 베어링 시스템 개발

우주발사체 엔진은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기계 시스템들이 융합된 첨단기술의 결정체다. 로켓엔진은 고체로켓엔진과 액체로켓엔진으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로켓엔진은 구조가 간단하고 신뢰성이 높지만, 대형화와 유도제어 등이 어렵다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반면 액체연료 로켓엔진(Liquid rocket engine)은 구조가 복잡하고 개발이 어려운 대신, 대형화가 가능하고 제어가 용이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우리가 흔히 매스컴을 통해 보는 우주발사체는 대부분 액체로켓엔진을 사용한다. 액체로켓은 터보펌프(Turbopump)를 통해 추진제인 연료와 산화제를 높은 압력으로 연소시켜 추진력을 얻는다. 그런 만큼 터보펌프는 우주발사체 개발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핵심장치라고 할 수 있다.

류근 교수가 연구하는 분야가 바로 우주발사체 액체로켓엔진이다. 류근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17년부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관의 ‘신진연구지원사업’과 ‘우주핵심기술개발사업’ 그리고 ‘중견연구자지원사업’에 연달아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얼마 전에는 제55회 한국추진공학회 학술대회에서 ‘재사용 우주발사체 액체로켓엔진용 터보펌프에 적용하기 위한 하이브리드 유체 스러스트 베어링의 정하중 특성: 실험과 해석의 비교’를 주제로 최우수발표논문상을 받았다. 이 연구는 향후 액체로켓엔진용 터보펌프 관련 국내 원천기술 확보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액체로켓엔진을 재사용하기 위해서는 베어링 시스템의 신뢰성과 회전체동역학적 안정성 확보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기존의 액체로켓 엔진용 터보펌프에 사용된 볼베어링은 내구성과 신뢰성에 한계가 있어서 운용 후 재사용이 어렵습니다. 반면 유체 베어링(Fluid film bearings)은 지속적인 사용이 가능하죠.”

유체 베어링의 설계 및 시험평가 기술 개발을 위해 류근 교수는 극저온 유체를 사용하는 터보펌프에 적용할 수 있는 유체 베어링과 회전체 시스템의 설계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제작한 실험장치를 활용해 그 성능을 평가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올해부터는 메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우주발사체용 터보펌프에 적용할 수 있는 베어링과 회전체 시스템 연구도 진행 중이다. 메탄으로 윤활되는 유체 베어링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도 그 사례를 찾기 힘든 만큼 독자적인 원천기술 확보에 대한 기대가 무척 크다.

▲ 류근 교수는 우주발사체의 액체로켓엔진 터보펌프에 적용할 수 있는 베어링과 회전체 시스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류근 교수는 우주발사체의 액체로켓엔진 터보펌프에 적용할 수 있는 베어링과 회전체 시스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독자 개발 통한 원천기술 확보의 중요성

우리나라와 미국의 일반 대중이 우주관광에 대해 느끼는 차이는 확연하다. 일례로 구직 사이트에서 로켓 개발 엔지니어를 검색하면 국내에서는 단 한 개의 회사도 찾을 수 없지만, 미국에서는 손에 꼽을 수 없을 만큼 많은 기업이 화면을 채운다. 우주산업에 뛰어든 민간기업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현재 미국, 일본, 러시아, 중국 등 우주개발 선진국들은 축적된 요소부품들의 원천기술을 토대로 경제성과 신뢰성에 초점을 맞춰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들은 차세대 우주발사체 개발을 통해 뒤늦게 우주개발에 뛰어든 나라들과 점점 더 기술 격차를 벌리고 있다. 더불어 민간기업과의 기술 협력을 통한 상업화도 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75톤급 액체로켓엔진과 7톤급 액체로켓엔진을 탑재한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를 개발해 우리의 위성을 우주로 발사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했다. 이와 함께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을 중심으로 다양한 액체로켓엔진 개발을 병행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2040년까지 다양한 우주 임무 수행이 가능한 대형발사체 플랫폼 기술을 확보할 계획이다. 우주발사체의 엔진 기술은 군사 기술 및 국가 안보와 직접적이고 밀접한 관계가 있는 전략 기술인 만큼 다른 나라에 의존하지 않는 원천기술력 확보가 무척 중요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나라는 원천기술에 대한 기술력, 특히 기초 단위의 기계요소부품에 대한 연구 인프라와 기술력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국내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을 성공적으로 완성하기 위해서는 자체적이고 독립적인 우주발사체 개발과 원천기술 확보가 절실합니다. 국내 우주산업의 기술 자립성 확보는 물론 향후 관련 기술의 수출과 기술이전 측면에서도 중요하죠. 아울러 장기적으로는 현재 정부 주도의 연구 개발에서 상용화를 위한 민간기업 주도 혹은 협력 구조로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기술력 확보의 핵심은 인재 양성이다. 우수한 젊은 인재들이 우주 기술에 관심을 가지고 꾸준히 몸담을 수 있도록 국가적·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정부 지원의 연구소 인력을 확충하고, 민간기업이 도전적으로 뛰어들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해야 한다. 우주발사체는 위성 발사와 우주탐사를 위해 꼭 필요한 운송 수단이다. 하지만 국가 간 기술이전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독자 개발이 필수라는 것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 우리나라가 순수 국내 기술을 적용해 개발 중인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 1단 발사체 인증모델 모습. ©KARI
▲ 우리나라가 순수 국내 기술을 적용해 개발 중인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 1단 발사체 인증모델 모습. ©KARI

본 내용은 한양대 소식지 'HYPER'의 2021년 가을호(통권 259호)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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