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8일 자 「 청담동 한복판…오롯이 책과 나만 존재하는 흰 소설의 숲 」 기사
배세연 한양대학교 실내건축디자인학과 교수는 6월 8일 자 <한국경제>에 칼럼 ‘청담동 한복판…오롯이 책과 나만 존재하는 흰 소설의 숲’을 기고했다.
“이 조그만 책을 열어본 후, 겨우 그 처음 몇 줄을 읽다 말고는 다시 접어 가슴에 꼭 껴안은 채, 마침내 아무도 없는 곳에 가서 정신없이 읽기 위해 나의 방에까지 한걸음에 달려가던 그날 저녁으로 나는 되돌아가고 싶다.” 배 교수는 장 그르니에의 <섬> 서문에 남긴 알베르 카뮈의 문장을 인용하며 칼럼을 시작한다. 배 교수는 책을 읽기에 좋은 공간이란 무엇일까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책에 온전하게 몰입하기 위해 카뮈에게 필요한 공간이 아무도 없는 자신의 방이었다면, 이 소란한 시대에 우리는 어떤 공간에서 책에 몰입할 수 있을까. 배 교수는 그 답의 실마리를 ‘소전서림’에서 찾았다고 이야기한다.
소전서림은 흰 벽돌로 둘러싸인 책의 숲이라는 뜻으로 예술·철학, 그리고 무엇보다 문학서적을 중심으로 편성된 서가가 있는 멤버십 도서관이다. 잡지, 철학, 시, 북아트 전시 연계 도서를 담고 있는 이 중앙서가를 기준으로 한편에는 서가이자 이벤트를 위한 공간이기도 한 예담이, 다른 한편에는 1인 서가가 자리하고 있다.
배 교수는 소전서림에서 저절로 눈이 가는 것으로 가구, 그중에서도 의자를 꼽는다. 테이블과 함께 배치되는 곳에는 아르텍의 단정한 목재 의자가, 열린 공간인 예담에는 더욱 편안하게 앉을 수 있는 핀율의 의자가 있는데, 이처럼 서가마다 다른 의자가 공간을 다채롭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배 교수는 책을 읽을 때 의자가 중요한 이유가 앉는 행위를 넘어 읽는 자세를 만들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이 자세는 다시 사람의 마음에 영향을 미치므로 배 교수는 “소전서림에서 마음에 드는 의자를 고르는 일은 책을 대하는 마음을 결정짓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한다.
배 교수는 소전서림 이곳저곳에서 저마다의 자세로 책을 읽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고 말한다. 배 교수는 “한껏 편안해 보이는 이들에게서 이곳이 책과 함께 안심할 수 있는 안온한 장소임이 느껴지고, 책과 사람이 함께 머무는 공간이 앞으로도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안도감이 생긴다”고 말한다. 끝으로 배 교수는 도서관을 하나의 우주로 본 보르헤스의 말을 남기며 칼럼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도서관은 영원히 지속되리라. 불을 밝히고, 고독하고, 무한하고, 부동적이고, 고귀한 책들로 무장하고, 쓸모없고, 부식하지 않고, 비밀스러운 모습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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