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30일 자 「서촌의 기억으로 쌓아올린 건물엔 백송 향기가 그윽했다」 기사

배세연 실내건축디자인학과 교수는 11월 30일 자 <한국경제>에 칼럼 ‘서촌의 기억으로 쌓아올린 건물엔 백송 향기가 그윽했다’를 기고했다. 서촌에는 다양한 주거 형태와 골목이 남아 있어 길 하나 차이로 전혀 다른 장소를 만날 수 있다. 아무리 새로운 건물이 많이 들어섰다 해도 여전히 서울의 흔적을 찾을 수 있는 동네다.

통의동 35의17, 현재 그라운드 시소의 전시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는 건물이다. 배 교수는 이곳의 건물에 벽돌을 사용한 방식에 주목했다. 이곳에서는 내·외부 전체에 공통적으로 사용된 하나의 벽돌을 쌓기 방식을 달리해 다양한 벽과 천장의 표면, 작은 창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배 교수는 “하나의 벽돌로 공간 전체에 일관성을 부여하는 동시에 다양성을 꾀하는 이런 방식은, 단일 재료로도 얼마나 풍부한 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라고 평가했다.

이 건물의 1층은 필로티로 띄워져 있고 빈 공간엔 작은 연못과 식물들이 정원을 이룬다. 건물의 서측에는 백송 터가 있는데, 이곳은 1990년 태풍으로 스러지기 전까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백송이 있던 자리다. 그라운드 시소 건물의 정원은 이 백송 터를 연장해 백송 터가 고립되지 않게 하고 오히려 정원과 터가 서로 확장된 관계를 이루게 된다. 정원의 건물 전체를 관통하는 중정은 건물의 모든 층에서 1층에 위치한 정원과 외부의 경관을 볼 수 있는 시각적 통로가 된다. 중청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본 것을 환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게 한다.

마지막 층인 4층 전시실과 연결된 테라스에서는 서촌을 감싸고 있는 인왕산을 만나는 시퀀스를 경험하게 된다. 배 교수는 “이는 서촌의 과거로부터 현재로 이어지는 시간과 장소의 축을 경험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라며 “공간의 시작 지점에서부터 마지막 층까지를 경험한 것만으로도 서촌이 가지고 있는 시간성의 층위를 경험하게 되는 이것이 이 공간이 가진 가장 큰 의미다. 오래된 장소가 가진 이야기를 현대적인 공간을 통해 새롭게 읽을 수 있으니 말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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