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와 수도권 집중 현상이 인구 문제의 주요한 원인
경제 성장, 지방 활성화, 사회적 분위기 형성 등이 필요해

▲ 전영수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
▲ 전영수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

테슬라의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지난 5월 SNS 계정에 한국의 인구 문제를 경고하는 글을 게시해 화제를 모았다. 머스크는 “출산율이 변하지 않는다면, 한국 인구는 3세대 안에 현재의 6% 미만으로 떨어질 것이고, 이 인구는 대부분 60대 이상이 차지할 것이다”고 말했다. 2020년 통계청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인구 구조의 가파른 변화가 우리 사회에 가져올 충격과 대응 전략에 관해 전영수 글로벌사회적경제학과 교수와 이야기를 나눠봤다.

한국의 인구변화는 다양한 곳에서 체감할 수 있다. 지방 청년 인구 감소와 수도권 선호 현상으로 인해 지방 대학의 정원 미달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남성 청년 인구의 감소로 인해 군 징집인력 역시 부족한 상황이다. 향후 2~3년 후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게 되면 세대 부조형 복지체계가 지속되지 않으면서 경제활동 세대의 증세가 본격화될 예정이다. 이러한 한국의 인구 변화 현상은 도시집중, 지방소멸의 양극화 현상과 맞물려있다.

 

▲ 합계출산율이란 한 여성이 가임기간(15세~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통계청에서 조사한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15년 이후로 감소하는 추이를 보인다. ⓒ 통계청
▲ 합계출산율이란 한 여성이 가임기간(15세~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한다. 통계청에서 조사한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15년 이후로 감소하는 추이를 보인다. ⓒ 통계청

고성장 사회가 저물어가며 한정된 자원을 둘러싼 기성세대와 청년세대의 자원쟁탈전이 심해지고 있다. 기성세대에 비해 열세한 위치의 청년세대는 위험 비율이 높은 가족 결성과 자녀 출산을 포기하며 초저출산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체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체 인구의 절반이 거주하고 있는 등 수도권 쏠림 현상이 증가하는 추세다. 지방 도시의 인구는 해마다 감소하며 지방 권역은 인구변화의 최전선에서 발생하는 풍경을 현실로 보여주고 있다. 수도권의 과밀화는 부동산 문제, 환경 파괴 등 도시문제를 낳고 지방 권역의 과소화는 유지불능의 농촌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초고령화 사회는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20% 이상인 사회를 가리킨다. 전 교수는 2025년으로 예상되는 한국의 초고령화 사회 진입이 예상보다 더 빨라지리라 예측한다. 전 교수는 “인구 변화에 대비할 수 있는 실효적인 정책 없이 현 상황이 지속된다면 한국 사회의 갈등과 분란은 심각해질 것이다”고 경고했다. 이어 그는 “지방과 도시는 각각 유령 도시와 빗장 도시로 전락하고, 경제활동이 단절된 피부양 인구가 급증하며 간병과 복지에 쓰일 예산이 증가해 재정 악화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 한국은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국가로, 빠른 고령화로 인해 잠재성장률은 점점 떨어지고 재정 부담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 게티이미지
▲ 한국은 고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국가로, 빠른 고령화로 인해 잠재성장률은 점점 떨어지고 재정 부담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 게티이미지

인구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역대 정부는 다양한 출산 정책을 발표해왔다. 그간 출산 정책의 기조는 복지 정책을 중심으로 출산 장려를 위한 각종 지원금, 가족 단위의 배려 정책 등을 제공해 출산의 효용을 높이려는 것이었다. 이러한 정책의 결과는 전 세계 최하위 출산율이라는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전 교수는 “인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복지정책에서 나아가 경제 성장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저성장을 유효 성장으로 이끌어 청년세대가 기성세대를 추월할 수 있는 혁신적인 성장 무대와 진입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방 인구문제의 해결책으로 전 교수는 로컬리즘을 제안했다. 로컬리즘이란 특정 지역에 대한 지역주의와 지역 정서를 뜻하는 용어다. 로컬리즘을 통한 지역 균형발전은 인구와 자원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경감시켜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을 지킬 수 있다. 로컬리즘의 구체적인 방식에 관해 전 교수는 “미국과 유럽처럼 자치분권의 완벽한 연방제로 가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지방이 중앙에 종속되는 형태의 지역 활성화에서는 벗어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며 “예산을 포함한 권력과 의사결정의 지방화를 통해 스스로 자립적인 경제체계를 만들어내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 한국의 인구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경제 성장 정책, 로컬리즘, 사회적 분위기 개선 등이 필요하다. ⓒ 게티이미지
▲ 한국의 인구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경제 성장 정책, 로컬리즘, 사회적 분위기 개선 등이 필요하다. ⓒ 게티이미지

인구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와 더불어 사회적 분위기도 중요하다. 인구 변화의 근본적인 대응책인 출산 증가를 위해 노력하되, 인구 감소를 인정하고 이를 완화하기 위한 대응책 마련 역시 필요하다. 출산율 증가의 조건은 청년의 인식 전환과 기반 마련이며, 이를 위해 새로운 생애 모형의 구축과 성장 정책이 필요하다. 전 교수는 “출산에 호의적인 분위기 조성을 위해 고용 안정, 손쉬운 주거 공급, 일·가정 양립 조화, 성차별적인 육아 환경 해결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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